190706 진지한 아빠, 봉태규의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190706 진지한 아빠, 봉태규의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요즘 서점에 자주 가게 된다. 특히 주말에.
이전의 주말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싶을 정도로, 최근의 주말은 아주 여유롭다 못해 무엇을 해야할까 난감할 때도 많았다.
(뭐했긴 뭐했어, 교회 많이 갔지 :))
나는 어떤 동물처럼, 나의 거점(Node)을 만들어 놓기 좋아하는 듯하다.
애용하는 다음 카카오 맵 어플을 켜고 교보문고와 스타벅스가 가까이 위치한 몇 개의 지역을 줌 인(Zoom-In)해보다가
지난 토요일 결정한 곳은 합정역이었다.
원래는 가서 「걷는 사람, 하정우」(2018)를 읽고자 했으나 그 옆에 놓여진 '다른 남자 배우'의 에세이를 집어 들게 되었다.
그는 둘째―그의 말대로, 둘째이지만 첫째 딸―를 사랑스럽게 안고 있었다.
아니, 내가 본 그의 마지막 드라마 속에서는...엄청 또라이이다 못해 무서웠는데...?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아내인 하시시박을 팔로우하고 있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구나', '애기들이 참 귀엽네' 정도로 생각했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곳에 자리 잡아 읽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서 블루투스 이어폰도 필수였다.
그리고 한 시간 반만에 봉태규가 표현한 그의 가족이 꽤나 진지함은, 그가 가족을 '진지하게' 바라봤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며, 다시 책 표지의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 '그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에 스스럼없을 만큼,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분노, 증오까지 있었다. 그랬던 그는 하시시박과 결혼할 때까지도 그렇다할 가족에 대한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그때는 하시시박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다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결혼 전에는 상대방이 내 아이의 어떤 아빠 또는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 아이를 책임질 사람은 내 배우자와 나 뿐이구나, 이 생각 들 때에야 비로소 부모로서의 삶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의 상상은 '진짜' 상상일 뿐인 것이다. 현실은,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고 시작된다.
봉태규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종종, 아니 자주 느끼는 것 같았다. 그의 아들도 가끔 봉태규에게 '미안해요'라고 한단다. 우리 부모님도 때때로 나에게 그러한 감정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닌 것처럼 하시지만 이제사 다 느껴진다.) 무엇으로부터 시작하는 미안함일까? 막연히, 내 자식으로 태어나서? 좋은 것 못 먹여주고 못 입혀줘서? 금수저가 아니어서? 네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 본인도 부족한 인간이라서?
다 수긍간다. 그래서 나도 가끔 부모가 되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도 나에게 미안해 하실까? 이 질문은 내가 뭔가 지금 억울하고, 뭔가 잘못된 상황에 놓여져 있다는 것에 전제를 둔다.
그 때의 이런 불순하고(?) 투기어린 질문은 점차 옅어져서, 하나님이 나에게 "미안하다 예은아," 이런 장면이 정말 말이 안된다는 것에 동의하며 그 질문은 그만 두었다. 다만, 미안해하신다기 보다, 나를 안타까워 하시며, 나와 함께 슬퍼하신다는 만족스러운 결론에 다다랗다. 고통 속에 계신 하나님이 떠올랐다.
부족한 것 없고 주지 못할 것 없는 하나님은, 나에게 미안해 하시긴 커녕, 내 인생에 대해 "기대해라, 기다려라, 너를 향한 나의 계획은 완전하다. 나는 실수가 없다. 나는 선하다. 나를 믿니?" 하실 뿐이다. 다음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 땅에 있는 자를 아버지라 하지 말라 너희의 아버지는 한 분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이시니라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의 지도자는 한 분이시니 곧 그리스도시니라"
마태복음23:8-10
이 말씀은 오해의 소지가 있겠으나, 하나님 안에서 상하수직관계를 만들지 말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 말씀 앞, 뒤로는 큰 자는 섬기는 자이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라고 말씀하신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존경하고 섬기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주님 안에서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형제자매라는 뜻이다.
봉태규는 에세이 내내 겸손한 자세로, 아내와 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본인은 부족한 아빠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멋지고 솔직한 "아빠가 되어가는" 봉태규이다. 나의 부모님도 나의 어린 시각으로는, 또 당신들의 생각으로는 부족한 부모라 생각하겠지만, 그냥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중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럴테지.